[사장슌ts] 아름다운 재앙

2015. 10. 20. 06:34 from 02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것만은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기 달랐다. 누군가는 그녀의 아름다움이 성녀의 숭고한 것이라 했고 누군가는 창부의 비천한 것이라 했다. 타고난 축복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고 파멸을 예고하는 저주라 말하는 이도 있었다. 따라서 일부는 그녀를 숭배했고 일부는 그녀를 경멸했다. 그녀라는 본질은 같음에도 정반대의 이름이 동시에 그녀를 정의하는 것은 결국 그녀가 미치도록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내들은 그녀에게 홀려 헛되이 세월을 보내고, 무릎을 꿇고, 값비싼 것들을 바쳤다. 그러면 여자는 상좌에 앉아 무료한 금빛 눈으로 사내들을 비추며 그들이 제게 선사하는 모든 것을 그저 받아들였다. 고맙다는 인사도 앙칼진 거부도 없이. 불빛에 꼬여드는 날벌레를 보는 양 자신을 탐하는 사내들을 내려다보며.

그녀를 보는 이라면 전부, 그녀에게 사로잡혀 자연히 그녀를 탐하게 된다고 했다. 값비싼 보석을 탐하듯, 진귀한 유물을 손에 넣으려 하듯, 그녀 자체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 아름다운 보석이었던 탓이다. 그녀를 향한 헛된 욕망을 비웃던 이조차도 그녀와 마주하면 같은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매료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누구도 몰랐다. 다만, 누구든 그녀에게 자연히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길 하나에도 황홀해했다.

악마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매혹의 악마라 해도 누구라도 납득하리라. 그녀는 그만큼 악랄하게 아름다웠기 때문에. 또 하나 그녀가 악마의 이름을 얻은 것은 그녀를 탐한 이들이 맞이하는 종말이 언제나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손에 넣으려 버둥거렸던 이들이라면 예외 없이 파멸을 맞았다. 탐욕을 품는 순간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그녀를 탐해 파멸한 이들 중 하나는 유명한 부호였는데, 자신의 파멸을 직감한 때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악마 같은 것. 너는 재앙이야.]

그의 손가락이 뺨을 타고 내려와 입술을 쓸었을 때, 그녀는 희게 웃으며 그를 떨쳐냈다.

[재앙을 안은 건 당신이지.]

그때부터 그녀는 재앙이라는 이름마저 얻었다. 아름다운 재앙. 그것은 그녀가 타고난 운명과 그녀가 선사하는 종말을 한꺼번에 이르는 말이었다. 매료와 파멸. 파멸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악마. 하필 그것은 신화적인 아름다움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그녀의 녹색 머리카락이 시야를 채우고 흰 얼굴에 언뜻 웃음을 얹으면 모두 그에 무력하게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흰 손가락은 뱀처럼 상대를 휘감고 붉은 혀는 날름거리며 독을 쏟아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매혹을 부르고, 매혹은 집착을 부르고, 집착은 소유욕을 부르고 부질없는 소유욕이 어리석은 이들을 덮치면, 그녀는 재앙으로 피어났다.

그녀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를 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 그리하겠는가. 그녀가 불러올 종말을 아는 이들조차 그녀에게 미쳐 차근차근 파멸로 걸어가는 것을. 그것은 모두 그녀가 지나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불행이었고 저주의 씨앗이었다. 그녀를 손에 넣으려던 이들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용기 없는 이들은 그녀를 사람을 홀리는 창부로 매도했다. 자신을 향한 매도와 저주에도 그녀는 그저 침묵했다. 그조차 제가 감내해야 할 죗값인 양.

모두가 탐하나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것. 그것이 그녀였다. 그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아쉬워하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재앙은, 성녀와 창부의 이름을 동시에 가진 여자는 놀랍게도 한때 한 사내에게 있었다. 표면적으로 그녀는 사내의 소유였다. 그것은 멀지 않은 과거, 여자가 진상품으로서 사내에게 흘러왔기 때문이었다. 젊은 나이에 이미 정점에 올라 세상을 뒤흔드는 사내에겐 본디 수많은 선물이 흘러들어오곤 했다. 그 모든 것에 능숙하게 대처해온 사내였으나 그 중 하나, 발송자 불명의 무언가가 수상쩍어 열어본 것이 화근이었다. 사내는 큰 새장 속에 웅크린 여자를 보았다.

검은 날개를 단 악마였다.

머리를 무릎에 묻은 채 잔뜩 웅크린 것은 미동조차 없어 사내는 한동안 그것이 정교하게 만든 인형이라 생각했다. 자세히 살피기 위해 다가섰을 때, 기척을 느낀 그것이 움직였다. 새장 속에서 몸을 펴더니 조금씩 움직여 창살에 바짝 붙었다. 갓 스물쯤 되었을까. 아직도 앳된 기색이 남아있는 얼굴은 분명 살아있는 자의 것이었다. 여자는 호기심 많은 어린 동물처럼 눈을 둥그렇게 뜨고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 금빛 눈과 마주했을 때, 순간 아찔했다.

수많은 미인을 보아온 사내였으나 그녀 앞에서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머리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새장의 문을 열어 여자를 해방시켰다. 검은 날개를 단 여자는 오랜만에 세상에 나온 탓인지 제대로 걷지 못하고 휘청거리다 겨우 사내에게 닿았다. 사내 앞에 멈춘 여자가 젊은 왕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사내는 깨달았다. 제 앞의 여자는 악마라고. 미치도록 아름답게 만들어진 악마라고.

그녀를 새장에 넣어 굳이 발송자 불명으로 보낸 것은 고의가 다분한 일이었으나 사내는 그에 대해선 파고들 수 없었다. 혹시나 단서가 있을까 꼼꼼하게 살피던 사내는 마침내 새장에 꽂힌 편지를 발견하고 조심스레 펼쳤다.

[세상의 정점에 선 것을 축하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정갈한 글씨로 쓴 편지에도 보낸 이의 이름은 없었다. 여자는 눈을 깜빡이며 사내를 올려다볼 뿐. 수상하기 그지없는 선물이었으나 돌려보낼 수 없으므로 사내는 여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여자의 등에 달린 정교한 날개를 떼어내고 살갗이 드러난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순간 사내는 악마의 날개를 쥐어뜯어 제 곁에 묶어두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오래잖아 사내는 알았다. 제 품에 들어온 여자가 세상에서 재앙이라 불리는 악마라는 것을. 사내는 놀라기는커녕 쉽게 납득했다. <아름다운 재앙>이라는 그 이름이야말로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일 테니까. 다만 그것은 그녀가 파멸을 불러와서가 아니었다. 아찔한 아름다움이 그녀를 위태롭게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재앙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재앙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 사내는 생각했다.

그녀에게 따라붙는 불길한 이름에도 사내는 떨지 않았다. 첫째로는 그가 그것을 미신이라 치부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뒤흔들게 된 으로서 오만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 한들, 자신은 그에 홀릴 리가 없다고. 사내는 그녀를 일종의 예술품처럼 다루었다. 탐욕스레 파고들기보다는 잘 꾸민 공간에 두고 감상하는 쪽이었다. 그 때문인지, 여자 역시 살아있는 사람보다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처럼 굴었다. 사내의 손길에 눈을 내리깔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그에 몸을 맡겼다. 사내는 이보다 아름다운 예술품은 없으리라고, 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만족했다.

그렇게 지극히 평온하게 흘러가던 관계가 휘청거린 것은, 그녀가 사내의 손에 들어온 지 몇 달이 지난 때였다. 어둠이 내리깔린 밤, 사내는 자신의 몸을 누르는 무게를 느꼈다. 그가 아끼던 예술품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사내는 희미하게 빛나는 칼날을 보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나?”

여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단검을 들었다.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얼굴은, 이미 결심을 굳힌 듯했다. 사내는 단검을 든 채 제게로 달려드는 여자를 그대로 안았다. 처음으로, 그 금빛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제 몸을 찌르는 칼날에도 사내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여자는 힘없이 사내의 품으로 쏟아졌다.

징그러운 사람이네. 당신.”

침묵을 깬 여자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당신이야말로, 그렇게 만들어진 사람이야?”

무슨 뜻이지?”

답할 이유는 없어. 어서 사람을 불러. 침입자는 처리해야지?”

왜 굳이?”

사내가 반문하자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에 미묘하게 균열이 일었다.

너는 내가 알아챌 때까지 기다렸다. 정말 죽이려 했다면 그렇게 어설픈 연극은 하지 않았겠지. 진짜 목적이 뭐지?”

처음부터 얘기해볼까. 내가 당신에게 보내진 건 당신을 파멸시키기 위해서였지.”

과연, 네게 따라붙는 저주 때문인가?”

저주라.”

사내의 품에서, 여자가 깔깔댔다. 흰 얼굴에 걸친 나긋한 웃음이 악마처럼 아름다웠다. 새삼 사내는 여자에게 따라붙는 악랄한 이름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도 나에 대해, 들은 게 있었나 봐?”

탐하는 이를 파멸시킨다고 하던가.”

나를 가지려던 이들은 전부 파멸했어. 몰락하거나, 병을 얻거나, 죽거나. 그게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누구도 몰라. 하지만 그 때문에, 나는 이리저리 이용되었지.”

파멸을 위한 선물이군.”

그제야 사내는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았다. 여자는 지독하게 저주받은 사람이었다. 누구든 매혹시키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아 모두의 탐욕의 대상이 되어 제게 손을 뻗치는 모든 이에게 파멸을 선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녀가 사람들을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나락에 선 인간이라, 그녀에게 손을 뻗으면 모두 나락으로 떨어져야만 했다.

만일 이 시대에도 왕이 있다면 여자는 왕에게까지 사랑받아 화려한 궁전에서 일생을 갇혀 지내야 했을 것이다. 모든 풍요를 누리는 대신 발목이 묶여 새장 속에서 살아가야 했으리라. 그러나 사실 붙들린 것은 그녀가 아니라 왕이어서 왕은 그녀에 미쳐 그녀가 속살거리는 어떤 말에든 복종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서서히 왕을 갉아먹고 나라를 좀먹어 나라를 파멸로 인도했을 터.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여자는 파멸을 안은 보석이었다.

사람을 파멸시키고, 파멸시키고, 파멸시키고. 돌고 돌아 이번의 목적지는 당신.”

너는 그 흐름을 끊고 싶었던 건가?”

여자는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답은 돌아오지 않았으나 사내는 그에서 긍정의 뜻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를 탐한 이는 그녀가 안은 저주에 파멸했다. 그것은 그녀를 휩싸는 병균과도 같았다. 누구든, 그녀를 손에 넣으려 다가서는 순간 그에 전염되어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게 여자는 사람을 좀먹는 저주로서 수없이 많은 인간들을 감염시켜온 것. 그렇다면 그 불행의 연대기에서 과연 가장 불행한 이는 누구인가. 사내는 여자의 흰 뺨을 쓸었다. 그녀, 재앙의 이름을 가진 여자.

탐욕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들어진 여자.

네가 바랐던 것은 연쇄를 끊는 것. 그 수단은 소동을 벌여, 타깃인 내게서 벗어나는 것이고.”

그리고 그대로 이 저주받은 삶을 끝낼 작정이었지.”

탐욕을 불러일으키는 이가 잘못되었는가. 탐욕에 미친 이가 잘못되었는가. 사내라면 후자라 답할 것이다. 헛되이 탐하지 않으면 어리석게 파멸하지도 않을 것이니. 그러면서도 사내는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미쳐 그녀를 손에 넣으려 버둥거렸던 이유를. 그녀는 그 어떤 예술품에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파멸을 불러온다는 두려움보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탐욕이 우선이리라.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저주가 이어져온 이유.

그래서 이제 어찌할 참이야? 당신.”

무엇을 바라지?”

글쎄. 이제는 모르겠어.”

어느새 사내의 품에서 벗어나 침대 한쪽에 걸터앉은 여자는 나른하게 말했다. 그에는 무언가 응어리진 것이 있는 듯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사내로선 알 길이 없었다.

시작은 복수였던가.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을 파멸시킨다면, 재앙이 되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차근차근 파멸을 불러오는 동안 내게 남은 소중한 것조차 사라지더군.”

우리?”

이제는 무의미한 말이네. 전부 죽었으니까. 그 순간 복수라는 목적도 소멸했어.”

여자는 희게 웃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텅 빈 웃음이었다. 그녀가 움켜쥐던 것이 전부 흩어져버린 탓일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그 순간조차 그녀는 그려낸 듯 아름다웠다.

어찌할 참이냐 물었었지.”

여자의 금빛 눈이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다시 열리기만을 기대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 너는 자유다. 이대로 이곳을 빠져나가든, 무엇을 하든 네 뜻대로 해.”

일순 침묵이 흘렀다. 짧은 침묵의 끝에, 여자는 재미있어 못 견디겠다는 양 깔깔대더니 사내에게 입맞춤했다. 그녀의 차가운 입술이 제게 닿는 순간, 사내는 아찔했다.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격렬한 감정에 사내는 이전에 품었던 자신의 오만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탐욕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그녀의 주박에 예외란 없다. 그가 자랑하는 냉정한 판단력도, 침착함도, 세상을 뒤흔드는 지위와 힘도 그 절대적인 매혹 앞에선 무력한 것을.

충동과 욕망이 뒤엉킨 밤은 길었다. 사내는 태어나 처음으로, 이성마저 욕망에 지배될 수 있음을 알았다.

날이 밝아와 사내가 잔뜩 헝클어진 모습으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이미 모습을 감춘 후였다. 사내가 말한 대로 그녀는 자유로워진 것이다. 짐작한 일이었음에도 어딘가 미진한 감정이 있었다. 채 풀어내지 못한 열기를 간직한 채 사내는 본래의 일상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그 이후로 사내는 이따금 그녀에 대해 전해 들었다. 성녀와 창부의 이름을 동시에 가진 여자. 모두가 탐할 수밖에 없는 여자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에 미쳐 헛되이 세월을 보내고, 무릎을 꿇고, 온갖 진귀한 것을 바쳤다.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여자는 그 어리석은 이들이 마련한 상좌에 앉아 무료한 시선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리라. 매료의 운명을 타고난 이상, 그것은 그녀에게 당연한 일상이었다.

누군가는 그녀를 숭배하고 누군가는 그녀를 경멸하나 모두가 그녀를 탐했다. 그녀를 매도하는 이조차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황홀함에 젖어들었다.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음에도 모두를 미치게 하는 여자는 재앙이라는 이름으로도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부터 사내 역시 그녀에게 미치게 되었다. 물론 고통스럽게도 사내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보지 않으며 영영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그것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 사내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이유를. 모두에게 탐욕을 불러일으키도록 태어난 대신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녀가 사랑하던 모든 것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으므로. 따라서 그녀를 탐하는 이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다. 그들에게 향한 그녀의 시선은 미물을 보는 신의 시선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사내는 가끔 제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는 여자의 눈부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를 품에 안을 때도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쉬이 허락되지 않는 그러한 것이 사내에겐 허용된 것은 저주의 연쇄에서 벗어난 여자가 사내에게 이따금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내가 그녀에게 자유를 주었기에 그녀는 사내에게 속박되었다. 자신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 유일한 인간이기에 여자는 사내에게로 파고들 수 있었다.

매료의 저주는 그에게까지 뻗쳐 사내는 그녀를 사랑하였으나, 그녀가 그의 소유가 아니기에 저주가 완성되지는 못했다. 사내는 감히 재앙이라 불리는 여자를 안았다. 재앙은 그의 품에서 아름답게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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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소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