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슌ts] 우자의 성배

2017. 6. 18. 22:58 from 02

 

방주는 오래도록 정지해 있었다. 선택받은 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보낸다는 필요가 다했기 때문이리라. 기존의 세상은 파멸을 불러온 괴물과 함께 버려졌고, 새로운 세상을 일굴 수 있는 자들만 방주에 타 희망을 이었다. 이곳에 온 자들은 선택받았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인류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매일 세상을 위해 움직인다. 쓸모가 다한 방주를 굳이 남겨두는 것도 아마,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 왔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바탕을 상기시키는 유물을 전시함으로써.

다만 그들의 방주는 거대한 장치였다. 기술과 연산으로 작동하는 기계.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결국 인간의 기술이 만들어낸 피신처였다. 이번의 구원에 신은 없다. 오롯이 인간의 힘으로만 일궈낸 것이 인간을 구해냈다. 파멸의 운명을 극복하려 한 인간의 의지가, 신벌 같은 파멸을 이긴 셈이다. 방주를 만들어낸 자들은 바로 거기서 야릇한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여자는 가동을 멈춘 방주 앞에 섰다. 그녀 역시 이 방주를 통해 신세계에 온 사람 중 하나였으나 방주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더없이 차갑다. 여자는 미래를 위해 만들었다는 그 은신처가 언제나 혐오스럽다. 장치를 가동하는 데는 동력이 필요한 법. 인간을 구해낸 방주는 인간의 생명을 그 동력으로 삼았다. 수많은 사람이 방주 속에서 갈려, 에너지로 변환되었다. 어차피 파멸할 세계의 주민이라며 저지른 짓이었다. 선택받은 소수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닫혔다. 희생자들은 파멸이 닥치기도 전에 파멸 너머의 미래를 위해 사라져야 했다.

희생이란 말을 붙이는 것도 우스운 그 강제적 동원을 통해 여자는 주변 사람을 모두 잃었다. 선택받은 자들은 침략을 통해 희생자를 끌어왔으므로, 그녀의 고향도 폐허가 되었다. 모두가 짓밟히고 사라지는 가운데 남은 것은 여자뿐이었다. 사실 계획대로였다면 그녀 역시 진즉에 사라졌어야 했다. 어쩌다 방주에 실려와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뿐.

사라져야 했다. 방주 앞에 설 때면 여자가 피해온 운명이 그녀의 머리를 울린다. 사라져야 했다. 모두와 함께 묻혀야 했다. 파멸하는 세계에서 최후의 순간을 목격해야 했다. 그런데 왜 이곳에 살아있는가. 이전의 세계에서 마지막까지 파멸에 저항하다 쓰러지면서도, 여자는 다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 들었을 뿐. 그러나 깨어났을 때 여자는 신세계에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혼자 빼돌려져서.

안녕, 레이.”

납득할 수 없는 삶에 대해 생각하던 여자에게 밝은 목소리가 꽂혔다. 여자는 돌아보지도 않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여전히 들뜬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또 이곳에 있었구나. 연락을 받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왔어.”

그쪽은 간밤에 안 죽었네.”

답을 해줘서 기뻐.”

나는 그쪽을 또 만나서 유감이야.”

여자의 목소리는 냉랭하다. 대화는 생각도 없이 귀찮은 상대를 끊어내려는 것처럼 보일 뿐. 그녀를 찾은 이는 정말로 답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쁜 듯 자신을 거부하는 상대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자신의 곁에 선 사내를 알아채고 여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사내는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사람. 동시에 방주를 설계하고, 그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국을 침략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사내는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가고는, 자신이 만든 폐허 속에서 그녀를 구해낸 셈이다. 괴상한 것은 사내가 이곳에 온 후로 여자에게 꾸준히 호의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것을 단순한 호의라고 할 수 있을까. 사내와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여자는 느꼈다. 그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은 애정이다.

사내는 완벽한 타인인 여자에게 절대적인 애정을 쏟고 있었다. 거부당해도 매도당해도 사내는 애정을 거두는 일이 없다. 여자는 그 한결같음이 불쾌하다. 자신의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기뻐하는 저 인간이 오싹하다. 자신이 사랑한 것은 전부 빼앗은 주제에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눈앞의 사내가 혐오스럽다. 가장 끔찍한 것은 사내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내가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본래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여자는 모른다.

아크파이브를 자주 찾는구나. 흥미라도?”

당신의 죄를 전시해두었으니 관람할 뿐.”

그래도 레이, 그 장치가 우리를 살렸어.”

사내는 자신이 만들어낸 방주를 바라보며, 자못 당당하게 말한다.

인류를 위한 다섯 번째 구획이란 뜻으로 붙인 아크파이브란 이름은, 다르게 푼다면 다섯 번째 세계에의 방주. 우리는 바로 그 장치에 미래를 빚지게 되는 거다.”

그쪽이 아크파이브에 갈아 넣은 엑시즈는?”

그들의 종말은, 인류를 위한 고귀한 희생이라 생각해.”

과연, 감히 성전을 들먹였던 침략자답네. 성전의 본질이란 인간 사냥이었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좋아. 우리는 악마, 자크로부터 벗어났고 이 세계에 도달했으니까. 방주에 담을 수 있는 사람엔 제한이 있고, 그들이라도 구하기 위해 나는 일부를 희생시켰을 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도망친 주제에 당당하군.”

그것은 인간이 상대할 게 아니었어. 신이 가져온 재앙이라 보는 게 맞겠지.”

사내의 이야기는 언제나 뻔뻔한 변명의 연속이었다. 방주에 오를 이들을 멋대로 선택한 것도, 파멸을 예언하고도 세계를 지키지 않고 도망친 것도, 방주를 가동할 에너지를 확보하려 침략을 명한 것도. 세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말할 뿐. 사내의 말에는 자신이 낳은 피해에 대한 이야기는 교묘하게 빠져있다. 미래를 꿈꾸며 저지른 죄악에 성전이니 희생이니 그럴듯한 말을 붙일 뿐이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은 미래를 위해, 누구도 각오하지 않은 피해를 희생의 이름으로 강요한다. 그 결과가 이것. 살아남은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기존의 세계는 완전히 멸망했으며, 그 세계의 주민 중 일부는 멸망 직전에 학살당했다. 여자는 이 끔찍한 결말에 구원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 않다. 이것은 사내에게나 구원이다.

신이 뿌린 재앙이라 해도 그걸 그만큼 키운 건 당신이야.”

재미있는 말을 하는구나. 내 아들이, 놈이 이끌던 랜서즈라는 잡병이 네게 그런 사상을 심었을까.”

사상을 심어? 그것도 당신의 아들놈 따위가? 웃기지 마. 당신의 행동이 그렇게밖에 판단할 수 없을 뿐이니까.”

여자는 사내의 말을 더 듣고 있는 것조차 싫어, 그를 남겨두고 방주가 보존된 방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물론 사내는 여자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어디로 가려고.”

당신이 알 거 없어.”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선 빠져나갈 수 없단다, 레이.”

여자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금빛 눈 가득, 최악의 구원자가 담긴다.

빠져나가고 싶은 것처럼 보이기에 하는 말이야. 괜한 수고는 하지 않았으면 해서.”

실제로 그랬다. 여자는 세계의 미래를 위해 일한다는 이 연구소에서 빠져나가려 시도했지만 번번이 가로막히곤 했다. 이곳의 누구도 그녀의 탈출을 달가워하지 않으나, 사람이 막아서는 건 아니다. 아예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듯했다. 연구원의 유출을 막기 위해 출입을 자동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이라도 갖춰둔 것인가. 본디 이곳의 관계자가 아닌 여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가능하지도 않고, 허락하지도 않아.”

다만 거기에 명백히 사내가 관여하고 있다는 확신에, 여자의 목소리는 날카로워졌다.

당신이 뭐라고 내가 움직이는 것에 허락 운운해?”

내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건 없어. 당신 따위가 관여할 수 없다고.”

이곳에서 나는 네 보호자야. 너는 나의.”

웃기지 마!”

여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인류의 미래를 구한 자랑스러운 유산을 등진 채, 바로 그 유산을 만든 자를 향해서. 사내는 여자가 자른 말을 마저 잇는 대신 슬며시 웃음을 걸친다.

아무래도 나는 미움받는 모양이군. 그것도 단단히.”

내게 사랑이라도 받길 바라?”

언젠가는 그래줄지도 모르지.”

무슨 자신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일은 없어.”

아니. 앞일은 몰라. 네 껍질은 엑시즈의 사람이라고 해도, 네 안에 있는 건 다른 인간이니까.”

거기서 여자는 멈췄다. 불쾌한 감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언제나 다른 인간을 보는 듯 자신을 대하는 사내의 모습과 자신을 향한 그의 절대적인 애정이 떠오른다. 애초에 에너지원으로밖에 보지 않은 나라의 시민에게 이런 애정을 쏟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그는 그녀에게서, 그녀가 아닌 누군가를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그녀의 비천한바탕을 용납하고, 본래는 버려둬야 했던 그녀를 방주에 태워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에게서 누구를 보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자아를 부정하면서까지 그가 채워 넣으려 하는 건 누구인가. 여자가 공포에 얼어붙은 사이, 사내는 가벼이 답을 말해준다.

너는 내 딸, 레이잖아?”

 

*

 

사내는 과거 세상의 미래 때문에 딸을 잃은 사람이었다. 세상을 위협하는 괴물을 무찌르려 딸은 나섰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으로 괴물을 막으며 파멸을 앞둔 세상을 재구성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미래를 빚지게 되었으나, 세상을 위해 흩어진 그녀는 겨우 되찾은 평화를 누릴 수 없었다. 세상이 재구성되는 과정에 그녀의 존재는 지워져, 그 희생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단 한 명, 그 아버지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숭고한 희생은 그렇게 없던 일이 되었다.

사내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매일 세상을 저주하고 딸의 부재에 괴로워하던 그는 마침내 딸을 되살리기로 했다. 딸이 세상을 위해 희생했다면, 이번에는 세상을 희생해서라도 딸을 되돌리자고. 딸은 사라졌지만 다행히 그녀의 조각들은 새 생명을 얻고 살아가고 있었다. 조각을 모으면 전체가 된다. 딸의 분신인 네 명의 소녀를 모으면 본래의 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내는 조각들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명분을 만들었고 온갖 죄를 저질렀다.

언젠가부터 사내를 움직이는 것은 극한의 광기였다. 그 광기가 비틀린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도록 해주었고, 그의 특기인 기술력은 불가능할 것 같은 계획을 차차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 그가 자주 들먹였던 것은 세상의 미래였다. 이 세계는 곧 파멸을 맞을 것이다. 파멸을 피할 신세계로 향하려면 방주가 필요하다. 그 방주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명력을 에너지로 삼아야만 한다. 때문에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국을 침략해 그곳 사람들을 동원해야 했고, 생명 에너지를 사용해 방주를 가동해야만 했다.

대부분은 거짓말이었지만 전부 거짓말은 아니었다. 우선, 선택받은 이들을 신세계로 데려가겠다는 약속은 진실이었다. 사내는 딸에게 미래를 빚진 세상을 버리고 딸을 위한 세계를 만들 생각이었으므로. 그 세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우수한 인재들이 필요했다. 그들이 바로 선택받은 자들이었다. 다음으로,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써야 한다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방주를 가동시키는 것보다 딸을 되살리는 데 필요한 것이었다. 사내는 딸을 버린 세계를 끝까지 이용해 딸을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복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성공했다. 딸의 조각들을 모아다 짓이겨, 합친 것이다. 본래 딸의 부활을 위해 만든 방주 속에서 네 명의 몸은 흩어지고 자아는 으깨졌다. 한 사람으로, 오리지널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런데 어째서인지 합친 조각들은 사내가 그토록 기다린 딸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딸의 모습으로는커녕 인간으로 새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방주 속에서 형체 없는 혼합물로 떠돌 뿐. 납득할 수 없는 실패에 수일을 방주만 들여다보고 있던 사내는 문득 하나의 돌파구를 생각해냈다.

데려올 생각도 없었는데 방주에 휩쓸렸던 사람이 하나 있었다. 네 명의 조각 중 하나의 언니. 딸이 사라졌을 때와 비슷한 연배에, 조각의 형제이니만큼 딸과도 꽤 닮은 얼굴의 여자였다. 동생을 구해보겠다고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탓인지, 방주에 휩쓸렸을 때의 그녀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딸을 닮은 얼굴이라 죽이진 못하고 데려오긴 했으나, 어차피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모두가 말했다. 그것이 그를 갑자기 들뜨게 했다.

만약 저 텅 빈 몸에 딸의 내용물을 넣는다면?

사내의 눈이 번득였다. 그의 얼굴에 괴상한 웃음이 번졌다.

방주를 타고 온 사람 중 사내를 말릴 자는 없었다. 그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미친 계획을 실행하고야 말았다. 딸을 닮은 여자의 몸에, 몸이 없는 딸의 조각들을 넣는다. 그리고 깨어날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결국 여자는 깨어났고 금빛 눈에 사내를 담았다. 그 순간 사내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기억하던 딸이 그곳에 있었다. 딸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레이, 깨어났구나. 레이.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을 불렀을 때서야, 여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챈 모양이었다. 단정한 얼굴이 곧바로 일그러졌다. 여자는 그에게서 벗어나려는 듯 억지로 일어나 걸으려다 다리에 힘이 없어 넘어졌다. 오기로 다시 일어섰으나 역시 몇 걸음밖에 걷지 못했다. 사내가 몸을 숙여 손을 내밀었지만 여자는 끝내 손을 잡지 않았다. 사내는 겨우 되살린 딸이 자신을 거부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용물은 딸이니 언젠가는 받아줄 것이다.

그 후로도 여자는 딸을 닮은 얼굴로 사내를 저주한다. 아마, 껍질이었던 자의 자아가 아직까지 사내를 증오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날아드는 말이야 아무래도 좋았다. 딸을 닮은 사람이 딸의 내용물을 담고 이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으므로. 세상에서 지워졌던 딸이, 실로 오랜만에 자신과 말을 섞고 있으므로.

아무리 여자가 사내를 증오해도 이곳은 사내가 통제하는 세상이었다. 이곳에서 눈을 뜬 이상, 그녀의 삶은 사내의 손길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내는 보호를 명목으로 그녀를 붙잡아두며, 치료를 들먹이며 그녀를 찾고, 보호자란 이름으로 그녀의 삶에 손을 뻗친다. 그녀의 행동은 무엇이든 언젠가는 사내에게 들어오게 되어있고, 현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그녀의 노력은 그의 손에 가로막히게 되어있다. 그녀의 외출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비밀히 깔아놓은 때, 사내는 이번에야말로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미쳤구나, 당신.”

물론, 사내가 자신을 누구로 대하고 있었는지 처음으로 들은 여자가 그에게 돌려준 말은 그런 것이었다. 달아오르기는커녕 착 가라앉은 목소리엔 분노보다는 경멸이 담긴 것 같다.

그렇게 말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마. 나는 당신의 딸이 아니라.”

쿠로사키, 뭐였던가?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그 이름 따위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사내는 여느 때처럼 간단히 여자의 본질을 부정한다. 지극히 의도적인 행동이다. 그녀가 실제로 스스로를 누구로 생각하든, 그는 바람대로 딸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여자에게 남은 자아까지 털어내려 한다는 점에서는 악랄하기까지 하다.

나도 알지도 못하는 인간으로 살아줄 생각은 없어.”

여자는 여자대로 사내의 악랄한 말을 단호하게 끊어내고 이번에야말로 그를 두고 빠져나왔다.

그 후로 여자는 사내의 에 대해 개인적으로 조사해보기로 했다. 연구소에는 그의 연구 자료가 가득했고 그 중 대부분이 딸에 대한 것이었기에 조사하는 것은 쉬웠다. 사내는 과거 세상을 위해 희생했던 딸을 되살리려 했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아는 모든 죄악을 저질렀다. 수많은 것들을 희생시키고 모든 자원을 동원한 결과, 사내는 실패했다. 과거는 과거로서 끝난다. 과거를 현재에 완벽히 구현해내는 것이란 불가능하다. 여자는 그 처참한 실패에 일말의 연민도 없었다. 실패하는 게 당연한 어리석은 짓을 위해 그 많은 희생을 낳았다는 것이 끔찍할 뿐이다.

다만 여자는 그의 딸이 자신과 비슷한 연령에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챈다. 외모도 자신과 제법 닮아있다. 어쩌면 딸을 부활시키지 못한 데 절망한 광인이 결국 딸과 비슷한 연배인 자신을 딸 취급하고 살기로 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의 행동을 납득하기 위해 여자가 생각한, 가장 그럼직한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사내 앞에서 그에 대해 던져보았을 때 돌아온 답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레이가 누구인지는 이제 알았어.”

생각을 정리한 날, 여자는 사내를 찾아가 말했다. 사내는 온갖 이유를 들먹이며 걸핏하면 그녀를 찾았지만, 사내에 대한 증오가 깊은 그녀가 직접 사내를 찾은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빙 돌아갈 필요는 없었는데. 지금의 네가 레이니까.”

나는 그 사람으로 살아줄 생각 없다고 했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여자는 말을 끊지는 않는다. 그녀에게는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걸 위해서는 우선은 사내와 말을 섞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가 찾는 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한 사람, 사내뿐일 테니까. 그의 딸은 세계가 재구성되는 과정에 네 명으로 분열해 새로 태어났고, 그 분열체 중 하나가 여자의 동생이었다. 사내는 딸의 조각들이 어느 정도 자라났을 때 그녀들을 모아 딸을 되살리겠다고 납치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동생 역시 납치되어 부활의 재료가 되었다.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동생에게 닿기 전 쓰러진 탓에 그녀는 알 수 없다. 여자는 깨어난 이래로 줄곧 사내에게 동생의 행방을 물었지만 그는 답해주는 일이 없었다. 이제 와서는 생사조차 알기 어렵게 된 동생이지만, 딸을 부활시키려는 사내의 시도가 실패했다고 한다면 세상 어딘가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 희미한 희망에 매달려, 여자는 사내에게서 어떻게든 동생의 행방을 빼내려 하는 것이다. 그 후엔 사내를 적당히 속여가며 동생을 찾아내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어쨌든 대충 알 것 같아. 당신은 나를 딸의 대체로 삼은 거지?”

사내는 턱을 괴며 여자를 바라볼 뿐 입은 열지 않는다. 아무래도 여자의 말을 더 들어볼 모양이었다.

네 명을 모아도 원래의 레이로는 돌아가지 않아. 그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연령상 딸과 외형이 비슷한 나를 딸 취급하기로 한 거고. 물론 나는 레이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인간이지만, 그런 나에게 시간을 들여가며 레이를 덧씌우면 언젠가는 당신 딸처럼 움직여줄 거라 생각했겠지.”

그럴듯한 발상이지만…….”

그럼 레이로 합치는 데 실패한 루리는? 세레나는? 히이라기 유즈와 린까지, 그 네 명은 어디에 있는 거지?”

네 안에.”

헛소리 말고.”

아니. 너는 대체품 같은 게 아니라, 레이를 담은 레이란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

확신이 비치는 말을 들으면, 그녀가 추측한 대로 사내가 자기최면에 의지하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다. 쿠로사키 루리를 비롯해, 세레나, 히이라기 유즈, 린까지. 내 딸 레이의 조각이었던 네 사람은 전부 네 안에 있어.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던 너는 그것으로 깨어나고,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 그들, 즉 레이의 본질은 네게 들어가는 것으로 쭉 생존하게 된 거야.”

여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눈앞의 사내에 이토록 구역감이 치민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니 루리가 어디 있냐고 물어도, 네 안에 있다고 말해줄 수밖에.”

그래서 루리를 비롯한 네 명이 전부 들어간 나는, 네 명의 합인 레이라고?”

잘 이해했구나.”

사람에 누가 수식을 들이대? 사람을 넷으로 잘라놓고 다시 붙이면 그게 본래의 사람이 돼?”

여자가 소리쳤다. 공간을 난도질하는 듯한 목소리에, 사내가 그녀에게 선물하려 만들었던 기계 새가 파드득 날았다. 그녀가 이곳에 오기 전, 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 그녀가 자주 사용하던 무기가 그런 형태였다. 그 모습에 자신과 동생이 어처구니없이 부정당한 모든 것이 떠올라 여자는 한참이나 소리를 내지 못했다. 열린 입에서는 이따금 턱턱거리는 소리만 터져 나올 뿐이었다.

이건 경우가 다르지. 레이라는 하나의 본질이 넷으로 갈라진 거니까.”

본질만 따지자면 레이는 네 명인 거야! 당신의 딸은 네 명으로 새로 살아갔던 거라고. 그걸 이해를 못 해?”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당신은 당신이 기억하는 바로 그 나이에 바로 그 모습의 레이를 원했으니까.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얽혀 새로운 이름을 갖고 살아가는 네 명 따위 부정하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여자의 동생은 부정당했다. 존재도, 14년간의 삶도, 살면서 형성한 관계도, 자아도 전부. 동생뿐만이 아니었다. 동생과 같은, 세 명의 분열체 또한 그랬다. 그렇게 현재를 부정하며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딸을 고집하던 끝에 사내는 이제 딸과 비슷한 연령인 그녀의 삶까지 부정하고 있다.

당신은 딸의 조각들을 모아다 합친 게 아냐. 네 명의 레이를 죽인 거야. 그러니 이제 이 세상에 레이의 자아는 없지. 레이의 자아 같은 건 당신이 으깨버렸으니까. 물론 레이의 몸도 없어. 당신이 갈아버렸거든.”

여자는 이제 사내를 보지 않는다. 그 얼굴을 보면 더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때문에 여자는 알 수 없지만, 사내는 칼날처럼 날아드는 여자의 말에도 표정 하나 변하는 일이 없다. 자신이 저지른 일의 본질을 모르진 않는다. 자신에게 저항한 모두가 자신을 두고 미쳤다고 말했다.

자신이 목숨을 바쳐 구해낸 세계를 아버지가 멸망시켜? 그것으로 자신을 부활시킨다? 내가 레이였으면 비참해서 자살했을 거야. 아비를 살린 게 실수였다고, 그 어리석은 인간을 살린 탓에 세상이 멸망했다고 자책하면서!”

그러나 미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이미 미쳤는데, 더 미친다 해서 달라질 것이 있는가. 여기까지 왔다면 오히려 끝까지 달려가야 하는 것 아닐까. 사내는 자신에게 소리치는 여자를 눈에 가득 담았다. 그는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결과는 어떻게든 고쳐야 하는 인간이었다. 아무래도 끝까지 딸이 되어주지 않을 것 같은 딸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네게 혼란을 남겨놓은 모양이구나.”

사내가 입을 연 것은 여자가 지쳐 말을 그친 때였다. 사내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회색 눈은 괴상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여자의 내부에 딸의 본질을 넣기로 결심한 날처럼.

껍질의 자아를 남겨둔 게 잘못이었어.”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직감한 여자는 바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눈앞에서 문이 잠겼다. 미친 사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연구소에서 하필 그가 집착하는 대상인 여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대로 행동이 묶인 여자는 곧이어 나타난 사내의 수하들에게 붙잡혔다. 이대로 가면 절대 지금으로는 돌아올 수 없다. 공포에 짓눌린 여자가 저항해도 달라지는 일은 없다. 다시 사내의 입맛대로 만들어지기 위해 끌려갈 뿐.

여자가 사라지기 직전, 사내는 몸을 숙여 여자와 시선을 맞추었다. 사랑하는 이를 안심시키듯 부드러운 웃음을 걸치며 사내는 여자에게, 자신이 만들어낸 딸에게 속삭였다.

걱정 마, 레이. 잠깐 자고 오면 돼. 깨어나면 그런 나쁜 생각 따위 모두 잊게 될 거야.”

그것이 여자의 머리에 마지막으로 새겨진 말이었다.

 

*

 

……그래서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나요?”

아니요. 우리는 자크를 막지 못한 채 빠져나왔어요.”

그러면 그 세계의 주민들은?”

그런 건 신경 쓰지 말아요, 레이. 거기서 우리가 끝까지 싸웠다 해도 뭐가 달라졌겠어요? 자크에 맞설 수 있는 당신은 그때 깨어나지 못했는데요. 미래라도 구하도록 우리들이라도 살아남는 게 맞지요.”

여자는 선택받은 자의 일원으로서, 마찬가지로 선택받은 자인 연구원에게서 그들이 속한 집단의 투쟁에 대해 듣고 있었다. 두 번의 세계멸망을 넘겨온 자들의 이야기였다. 첫 번째의 멸망을 막은 것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여자, 자신이었다. 스스로를 희생해 세계를 재구성하며 평화를 가져온 여자는 후에 새로 생명을 얻어 깨어났다. 그 직전 그녀가 구해낸 세계는 다시 멸망의 위기에 놓였고, 이번엔 그녀의 뜻을 받든 자들이 세계를 위협하는 괴물에 맞섰다.

다만 그들은 인간의 힘으로 괴물에게 맞서는 데 한계를 느껴, 싸움을 마치지 못하고 방주에 올라타 새로운 세계로 도피했다. 연구원이 지금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로 그때의 이야기였다. 옛 구원자인 그녀가 깨어나기 전, 미래를 펼칠 능력을 인정받은 자들이 기존의 세계를 떠났을 때.

그래도 이 세계에 와서 당신은 깨어났어요. 좀 더 빨랐다면 좋았겠지만,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그래서 원래의 세계엔 다시 가지 않는 건가요?”

갈 이유가 없지요. 이제는 정말로 손을 쓸 수 없게 되었을 거예요.”

아무도, 가지 않나요?”

레이. 세상을 사랑하는 건 좋지만, 구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넘겨야 해요. 이곳을 발전시켜 인류의 새 거점으로 삼는 게 우리 살아남은 이들의 사명 아니겠어요?”

여자는 그것으로 만족하진 못한 듯했지만 입은 꼭 닫고 있었다. 더 말해봐야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이곳의 사람들은 기존의 세계를 돌아보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열의가 남겨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앞서기 때문에. 혹은 돌아보는 순간 자신들의 처참한 실패를 다시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여자도 그들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구하기 위해 죽음까지 각오했던 세계를 버려두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당신은 세상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어요. 당신이 있었기에 그 세계도 있었던 것이고, 그 세계가 있었기에 지금의 세계가 있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여자를 달랜 연구원은 여자를 두고 제 위치로 돌아간다. 방을 빠져나가자마자 그가 연락한 건, 이곳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내, 여자의 아버지였다. 그에게는 딸의 적응을 도우라는 부탁을 받았다.

[레이의 적응은?]

[문제없습니다.]

통신기 너머의 목소리는 밝다. 딸의 상태를 보고하라고 붙여둔 사람은 그 밝은 목소리만큼이나, 매일 좋은 소식만을 사내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완전히 레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래야지. 그 안에 들어있는 건 레이니까. 껍질의 자아 따위 지워버렸고.]

기억은 자아를 구성한다. 사내는 자꾸만 튀어나와 자신을 거부하는 껍질의 자아가 불쾌해, 그녀의 기억을 마구 긁어내고 말았다. 이제야말로 여자의 몸은 텅 빈 것이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의 그녀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깨끗이 지워지고, 사내가 인위적으로 밀어 넣은 딸의 자아만이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지금의 여자는 완벽히 그의 딸이었다.

[기존의 세계를 구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할 정도예요.]

[그건 재미있군.]

그 세계는 조금도 딸을 위한 세계가 아니었는데. 딸이 구했으나 모두 그녀의 존재를 망각한 세상이었는데. 그런데도 딸은 그 세계마저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아비의 입장에선 기묘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기억하는 딸이 보일 법한 모습이라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편하게 풀어두기만 하다, 혹시 이곳에서 빠져나가려 한다면.]

[그럴 이유가 없어. 그 엑시즈 여자의 자아가 남아있을 때라면 모를까.]

사내는 상대의 걱정을 간단히 끊어냈다. 제법 자신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였다.

[그 애가 정말로 레이라면, 나 때문에라도 도망칠 리 없고. 자크가 날뛰었을 때, 그 애는 나를 대신해 희생한 거니까.]

[제 앞에서 보여주는 것으로만 보면, 사상도 자아도 전부 레이의 것. 문제는 생기지 않겠군요.]

[그래야지. 네 명을 갈아 넣고 한 명을 지워내서 그렇게 만들었으니.]

딸은 이제 완벽하게 돌아왔다. 오랜 시간 딸을 그리워하며 언젠가 되살아났을 때함께하려고 생각했던 일들을 착착 실행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통신을 끊으면서 사내는 이제 서서히 딸에 대한 긴장을 풀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딸이라면, 어차피 제 편이 되어줄 테니까. 과거처럼 자신을 거부하지도, 위험한 일을 꾀하지도 않을 테니까.

사내는 오만했던 것이다. 지금껏 바람을 이뤄온 것처럼 앞으로도 마음대로 될 거라 생각하고. 자신의 성공을 과신하며 아예 마음을 놓아버린 것이다. 때문에 그는 그때부터 딸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굳이 파헤치지 않았다. 어디로 나아갈지 살피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예상 범위 내에서 모든 게 이뤄질 거라 착각하고서. 사내가 간과한 것은 자신의 바람대로 모든 걸 조작한 사람에게도 어디로 튈지 모를 자의는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내가 마지막 경계마저 벗어던졌을 무렵이었다. 여자는 방주가 보존된 방으로 향했다. 이전에 동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신경이 쓰였던 탓이다. 방주만을 위해 비워둔 방에서는 가동을 멈춘 거대한 장치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것인데도 묘한 기시감이 들어, 여자는 그 바깥쪽을 가만히 쓸어보았다. 선택받은 이들을 태워온 방주라고 했다. , 기존의 세계에서 지금의 세계로의 이동장치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면.

거기서 여자는 하나의 희망을 얻고, 방주의 안을 들여다본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어둠을 한참이고 바라보던 여자는 슬그머니 장치 작동을 시도한다. 돌아갈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곳에 도착한 후로 세계의 이동이 없어 에너지가 남아있었던 모양인지 방주는 천천히 켜졌다. 여자의 금빛 눈에 기쁨이 번진다.

마침내 방주가 가동 준비를 마친 듯하자, 여자는 방주의 최상부에서 몸을 던졌다. 어둠이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삼켰다. 목적지는 이곳의 모두가 버리고 온 세상.

낙원에서 지상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세계에서 처참하게 짓밟힌 과거의 폐허로.

구원자는 자신이 구하지 못한 세계를 향해 끝없이 추락했다. 

'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토(동명이인)중심] 환영의 이름  (0) 2017.07.13
[사장슌] 주인을 입력해주세요  (0) 2017.06.28
[사장슌ts] 수백의 숨과 하나의 삶  (0) 2017.05.31
[사장슌ts] 불시착  (0) 2017.04.20
[반역조] 거짓말의 깃  (0) 2017.04.09
Posted by 현소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