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고 관객에게 최고의 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거듭되는 반전, 아슬아슬한 전개, 몸에 밴 매너, 즐거움을 쫓는 소년의 습성. 이 모든 것이 소년의 무대를 화려하게 구성했다. 그 놀라운 무대에 관객들은 소년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곤 했다. 자연스럽게 달아오른 분위기. 절정을 장식하는 묘기.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소년의 쇼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관객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소년은 앞으로도 최고의 쇼를 선보이겠노라 약속한다.

  즐거움을 쫓는 이로서 어느 무대건 즐겁지 않았겠냐마는, 소년은 지금의 무대만큼 즐거운 것은 이전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으리라고 단언한다.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무대.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인정하는 최고의 무대가 되리라, 소년은 눈을 빛내며 예언한다. 다만 이번에는 여느 때와는 달리 그 혼자만의 무대는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소년뿐만 아니라 소년을 도울 동료들에게까지 비춰질 것이니까. 이번의 무대에선 혼자일 수도 없고 혼자여서도 안 되었다. 단 하나의 관객에게 최상의 쇼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욕심과 철저한 준비로 갈고 닦은 무대는 마침내 막을 올렸다. 소년의 쇼를 감상할 유일한 관객에겐 긴장감을 위해 잠시 안대를 씌워둔 채로.

  “, 그럼 쇼를 시작하겠습니다!”

  소년의 경쾌한 목소리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쇼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그리하여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까지, 관객은 최고의 설렘을 위해 무대를 봐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야 기대가 죽어버린다고. 소년은 자꾸만 안대를 벗으려는 관객에게 몰래 입을 삐죽였다. 얌전히 있지 않으리라곤 예상했지만, 너무한걸. 절정으로 향하기 전까지만이라도 얌전히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의자에 묶어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자꾸만 의자를 삐걱대면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뿐. 관객은 여전히 이 무대에 묶여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이제 곧 하이라이트야. 소년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오늘의 하이라이트!”

  하나뿐인 관객은 소리만으로 무대를 짐작하느라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터였다. 그것이 소년이 노리던 것. 조급하게 버둥거리는 관객에게 향한 소년은 그제야 안대를 벗겨주었다. 그에게 최상의 즐거움을 선물하기 위하여.

  “어때?”

  그제야 빛을 볼 수 있게 된 금빛 눈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가 짐작한 최악의 결말이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이 가려진 채로, 익숙한 이들의 신음을 들었다. 드문드문 저주의 말도 쏟아졌다. 그 모든 것은 쇼를 기획한 소년에게 향한 것. 박해받는 성자마냥 무대 곳곳에 매달린 자들은 전부 그가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같은 목적으로 함께 싸워가던 이들이, 전사들이 그곳에 묶여있었다. 어째서. 의문은 소리로 나오지 못했으나 소년은 귀신같이 읽어내 답한다.

  “그야 최고의 쇼를 위해서지.”

  너를 만족시킬. 뒷말은 웃음과 함께 흘러나왔다. 맹금을 닮은 금빛 눈이 소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지만 소년은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채였다.

  “쇼라는 건 말이지. 관객에게서 가장 격렬한 감정을 이끌어내야 해. 기쁨이건 슬픔이건, 혹은 분노여도 좋아.”

  그렇다면 소년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유일한 관객을 극단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했으니. 단정한 얼굴이 일그러진 것을 소년은 기쁘게 감상했다.

  “지금 네가 느끼는 게 뭘까 궁금해. 분노? 배신감?”

  아니면 무력감일까. 소년의 손이 관객의 뺨을 쓸었다.

  손가락이 뺨을 타고 흐르는 내내 마치 병균이 묻는 양 몸을 떠는 관객의 모습이 소년은 퍽 흥미로웠다. 아니면 혐오일까. 마지막 순간 모두를 배신한 나에 대한, 혹은 나를 믿은 너 자신에 대한.

  “이상하네, 내게 할 말은 전혀 없어?”

  “뭘 바라지?”

  “이 무대에 대한 슌의 감상.”

  “박수라도 치길 바라나?”

  이전부터 타인은 언제나 경계해왔고 소년 역시 한동안 날을 세운 채 대했다. 그러나 함께하면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믿으려고 한 것이 잘못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모든 것을 뒤흔들 줄이야.

  “예전처럼 쌀쌀맞아졌네. 하지만 역시 만족스러워. 이번 무대. 아무래도 격하게 반응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야.”

  처음부터 이것은 그에게 절망을 선사하기 위한 것. 목적은 분명히 달성한 셈이다. 그의 눈에 스민 참혹한 감정을 소년은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면 마지막까지 달려보도록 할게. 슌을 위해 준비한 무대.”

  소년은 다시 무대에 올라 결말을 위해 달려간다. 유일한 관객을 위해 최상의 결말을 선사하도록 하자. 가장 화려하고 절망적인 것으로.

  그렇게 결말에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Three!”

  의자가 삐걱댔다. 결박된 관객이 빠져나오려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Two!”

  소년은 자신을 도와 무대를 꾸민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감스럽게도 모두 정신을 잃은 것 같다.

  “One!”

  소년이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불길이 무대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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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현소야 :